아이가 태어나기 전, 나는 아이가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다고 생각했다.
눈, 코, 입 다 건강하고 어디 하나 아프게 태어나지 않아 너무 감사했다.
어린이집 보낼 때쯤 되니 아이가 말이 늦는 게 걱정이 되었다.
4살인데 아직 완전한 문장으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아 뭐가 부족한 걸까 걱정하느라 날밤을 지새운 적도 있다.
유치원에 가니 한글은 언제 떼나 조바심이 났다.
여자 친구들은 한글로 일기도 쓰고 책도 혼자 읽는데, 나의 아이는 아직도 노는 게 제일 좋단다.
남편은 슬슬 아이 영어와 학업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겠냐며 직장동료들의 아이와 우리 아이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일명 돼지엄마처럼, 대치동 엄마처럼 아이의 교육 로드맵을 촘촘히 짜서 학원 돌리기를 하면 아이는 과연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을까?
얻게 된다면 행복한 삶을 살까?
공부에 열중한 학창시절 아이는 견디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반대로 아이의 현재 행복을 위해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갖고 학업을 조금 게을리해서 그럭저럭 한 성적을 받게 된다면, 아이가 하고 싶은 것 앞에 성적이 장애물이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까?
아이가 초등 입학을 앞두니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더 모르겠다.
선배 언니들의 말을 들어봐도, 여러 책을 읽어도 모르겠다.
-아이의 초등입학일을 하루 앞둔 나의 일기 中-
아직도 책을 읽고, 언니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있는 중인데도 어떤 게 아이를 위한 길인 줄 모르겠습니다.
건강하기만을 바랬던 꼬꼬마 시절은 다 잊고 어느새 교육의 바다 앞에 어떻게 생존대비를 할까 비장한 심정으로 서 있는 저를 발견했답니다.
교육문제는 제가 이제껏 했던 모든 문제들 중에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덮어놓고 무작정 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면 아이는 놀고 싶어 할 테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들으면 들을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더 혼란스러워요!!ㅜㅜ
혼란스러운 저의 요즘 최대 교육 관심은 바로 <영어>입니다.
아이가 어릴 때 잉글리시 에그를 구매해서 홈스쿨링을 해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안고 기세 좋게 시작했어요.
어린이집에서 영어도 배우고 시디도 틀어주고 하니 곧잘 따라 하고 외우더라고요.
그리고 아이가 기억력이 좋아서 외우는 걸 정말 잘해서 신나게 영어공부를 했죠.
그러던 중 이제 말이 늦어 걱정했던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폭발적으로 언어능력이 향상돼서 유치원 갈 시기가 되니 영어보다는 한국어를 훨~~~~ 씬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뽀로로 영어 더빙 버전으로 봐도 씐나 했는데..... 유치원 가고 나니 이제 영어 더빙 버전의 만화를 틀어주면 화를 내더라고요.
"이게 아니야!! 한국말로 하는 옥토넛 틀어달란거야. 난 영어 안 좋아. "
으아니!!
엄마가 더빙 버전을 얼마 주고 구매했는데 이러니?
잉글리시 에그 아빠한테 눈치 받으며 구매한 건데 왜 이러니?
네가 영어를 곧잘 따라 해서 노부영 세트로 샀는데!!! 왜 이러니!!!!!!!!!
절규가 시작되고, 본전이 생각나고.....
결론적으로 아이가 거부해서 억지로 시키지는 않았어요.
혹시나 영어를 영영 싫어하게 될까 봐
본전 생각하다 혹시라도 영어 극혐 단계로 진입하면 교육 로드맵이고 자시고 간에 끝나는 거니까요.
그러다 초등 입학하고, 친구들이 거의 영어학원을 가니 또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또 한 번 고민에 들어갑니다.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간단하게 얘기 나누긴 했지만 아이가 저와는 다르게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 처음부터 잘하길 원하고, 한번 배우면 완벽하게 말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저 닮았으면 느긋~~ 할 텐데 말이죠.
아이와 옥신각신하며 영어 홈스쿨링을 다시 하기 시작할 때 이 책을 읽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관계가 중요하다.
엄마품은 늘 따뜻해야 한다.
엄마의 쓸데없는 승부욕에 아이는 상처 받고 있다.
이 모든 게 너의 밝은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명목 뒤로 불안해하는 엄마의 욕망은 아이들 눈을 속일 수 없다.
엄마표 영어로 성공한 아이보다 엄마표 사랑으로 성공한 아이들이 더 행복하다.
엄마는 선생이 아니다.
아이는 따뜻한 엄마가 먼저 필요하다.
이 책은 아이 영어 공부를 어떻게 시켜라 하는 공부법에 관한 책이 아니더라고요.
전 책 제목을 봤을 때는 당연히 아이가 주도하는 공부법에 관한 이야기 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완전 정반대였어요.
엄마는 엄마이고, 영어는 아이가 원할 때!!
기대했던 공부법에 관한 건 아니었지만 엄마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책이었어요.
내 아이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품이 따뜻해 언제든지 위로가 될 수 있는 엄마
이 책을 읽고 아!! 아이가 원할 때 해도 늦지 않으니 좀 기다려야겠다!! 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세워줘서 전 도움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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